카테고리 없음

첫 책 출간 : 귀화를 넘어서 -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

범생님 2025. 3. 23. 22:48

 

 
 

 

책을 냈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10년 정도 역사공부를 해오며, ‘이주’라는 것에 대해 읽고 듣고 생각해온 것을 하나의 역사 이야기로 잘 녹여낼 수 있을까? 저 역시 일본에 이민와서 살던 중에, 이주라는 삶의 방식에 대해 최근의 생각을 더해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귀화를 넘어서>는 딱 120년 전 나라 없어질 즈음, 러시아로 떠난 한국인의 이민 이야기입니다. 흔히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갑자기 취업을 금지시키질 않나,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얻은 국적을 다시 뺏지를(!?) 않나…사는 게 녹록지 않기는 한국이든 러시아든 마찬가지었나 봅니다.

이 책은 그래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분투하며,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간 사람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 역시 살얼음판 회사를 다니며 ‘먹고사니즘’에 대해 진심인 요즘, 살아남기 위해 눈물겹게 분투하던 그들의 삶이 남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절감합니다.

사는 건 주어진 것과 선택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조율해가는 과정인데, 정체성이라는 것도 그런것 같습니다. 생득적으로 주어진 국적을 통해 살아가게 되는 나라가 있고, 살다보니 어떤 계기로 인해 ‘귀화’라는 방식을 통해 새롭게 국민이 되기로 계약한 나라가 있지요.

그런데, 저는 어느 나라의 국민으로 귀화하는 것은 민족적 의미로서 동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요. 일평생 한국어 쓰면서 밥과 김치먹고 살았는데, 몇년 다른 나라에서 살다 귀화했다고 해서 싹 다 바꾸기는 어렵잖아요? 그만큼 삶의 관성은 아주 무겁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의 메시지를 러시아 지역에만 한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주와 귀화라는 보편적 삶에 방식에 대한 ‘기출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읽혔으면 하는 작은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로 간 한인‘을 부제로 하고, ’귀화를 넘어서‘를 메인 제목으로 정했죠.

원고를 마치고 나서, 비정상회담에도 나왔던 일리야 벨랴코프씨가 한국에 귀화해 살아가는 방식을 간간히 보고 있는데요, 러시아에 귀화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한국에 귀화한 러시아인의 삶도 있었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완결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때 더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나라의 외국인이 한국사회에 성큼 다가온 오늘날, 과거 한국인의 이민과 귀화 이야기를 통해, ‘외국인’이 귀화를 통해 ‘내국인’이 되고, 그 새로운 ’내국인‘이 자신의 출발국과 도착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게 되는지, 나아가, ’우리‘라는 말과 그 범주가 무엇이었는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주 #역사 #귀화 #정체성 #러시아 #한국 #일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移住 #移住 #歴史 #帰化 #アイデンティティ #ロシア #韓国 #日本 #韓国学中央研究院 #韓国学中央研究院出版部

#миграция #история #натурализация #идентичность #Россия #Корея #Япония #ЦентральнаяАкадемияКорееведения

#migration #history #naturalization #identity #Russia #Korea #Japan #TheAcademyOfKoreanStudies

 

책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111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