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데드라인
꽤 오랫동안 한 주제를 공부해왔다.
이거 해야겠다 마음먹은지 벌써 11년.
아주 재밌는 공부고,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주제지만,
이러저런 현실적 여건으로, 또, 이제는 새로운 곳으로 확장하기 위해
내 나름 마음 속에 데드라인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석사논문을 썼던 시기까지 마무리?
아니, 어쩌면 내 11년 공부의 마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2025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꾸 과거만을 보다보니, 오늘 여기 이곳에서 보이는 것에
소홀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공부를 위해 유학한 블라디보스토크에 실제 머문 건 얼마 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오랜시간 그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어느순간 거진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오늘 이 이야기를 와이프한테 하니 갑자기 울먹여 당황했다.
어찌보면 와이프에게도 똑같이 추억이 있는 공간이고 애착이 가는 곳이기에...

갑자기 정리한다고 하니 놀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뭐, 데드라인 정해 정리한다고 해도 못해도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단지 그 다음 스텝, 특히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해결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산재해 있으니 이동을 해야할 뿐.

그래도 완전한 단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공부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사는 데 중요한 유산으로 남을 것 같다.
또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본친구들도 생겨 참 감사하다.
일반적인 루트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인연들이다.
아마 공부하지 않았다면 여기를 못벗어나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오랫동안 괴로워하며 살았을 것 같기 때문에.
아무튼 사고의 속박에서 해방시켜준 고마운 주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