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만의 데드라인

범생님 2025. 7. 20. 22:54

 

 

꽤 오랫동안 한 주제를 공부해왔다.

이거 해야겠다 마음먹은지 벌써 11년.

 

아주 재밌는 공부고,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주제지만,

이러저런 현실적 여건으로, 또, 이제는 새로운 곳으로 확장하기 위해

내 나름 마음 속에 데드라인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석사논문을 썼던 시기까지 마무리?

아니, 어쩌면 내 11년 공부의 마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2025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꾸 과거만을 보다보니, 오늘 여기 이곳에서 보이는 것에

소홀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1월 24일 오후 3시, 비오는 날 혼자 산책 나가 찍은 블라디보스토크 알류츠카야 거리

 

이 공부를 위해 유학한 블라디보스토크에 실제 머문 건 얼마 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오랜시간 그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어느순간 거진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오늘 이 이야기를 와이프한테 하니 갑자기 울먹여 당황했다.

어찌보면 와이프에게도 똑같이 추억이 있는 공간이고 애착이 가는 곳이기에...

 

 
우흐띠 블린이 꽤 맛있었는데, 와이프도 꽤 좋아하는 가게였다.

 

직장인이라는 사람이 맨날 새벽이나 밤늦게까지 열중해서 하던 걸

갑자기 정리한다고 하니 놀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뭐, 데드라인 정해 정리한다고 해도 못해도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단지 그 다음 스텝, 특히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해결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산재해 있으니 이동을 해야할 뿐.

 
무슨 자료가 나올까 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었던, 러시아국립 극동역사 문서보관소

 

그래도 완전한 단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공부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사는 데 중요한 유산으로 남을 것 같다.

또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본친구들도 생겨 참 감사하다.

일반적인 루트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인연들이다.

 

아마 공부하지 않았다면 여기를 못벗어나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오랫동안 괴로워하며 살았을 것 같기 때문에.

아무튼 사고의 속박에서 해방시켜준 고마운 주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