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던 한 방송에 나온 출연자 부부가 아기에게 헬멧을 씌우는 걸 본 적이 있다.
당시엔 왜 저런 걸 하는 거지?새로운 패션 아이템인가?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두상 교정을 위한 것이라 한다.
그 방송을 보고 얼마 뒤, 내 아이에게도 헬멧을 씌울 일이 생겼다.
아이의 두상이 한쪽으로 쏠려있는,'사두증'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 귀엽게 생긴 아이인데, 두상이 비대칭이 돼버리니 속상했다.
병원 의사의 말로는 다행히 아직 머리뼈가 굳기 전 타이밍이라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고는 하지만,
미관상 계속 신경 쓰이고, 괜찮지도 않으면서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 마음을 속이며 합리화하는 게 싫어서,
결국 헬멧 제작을 요청했다.
꽤나 비싼 가격이었다. 직장 생활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로서는 일시불로 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
다행히 처가에서 돈을 빌려주기로 하여, 차근차근 갚아나가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앞서 아이를 키웠던 부모들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지 못한 어둠의 안개가 걷히며 시야가 넓어지는 건 꽤 유쾌한 경험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아닌, 그러나 아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과 선택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경험 역시 그렇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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